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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시 에세이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ㅣ 유시민, 김세라 ㅣ 은빛 ㅣ 260325 ㅣ 한국에세이

by 경제 도아 2026.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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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 강순희 구술 자서전 서평 블로그

Book Review · 서평 블로그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강순희 말하고 · 유시민 듣다 · 2026년 3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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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삶이 곧 한 나라의 역사가 될 수 있을까요? 2026년 3월, 은빛출판사에서 펴낸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는 바로 그 질문에 답하는 책입니다. 1933년생, 올해로 아흔셋이 된 강순희 여사가 말하고, 작가 유시민이 받아 적은 이 구술 자서전은 단순한 개인 회고록이 아닙니다. 일제강점기 말기의 만주, 해방 직후의 평양, 한국전쟁의 피난길, 그리고 박정희 정권의 서슬 퍼런 공안 통치까지—격동의 20세기 한국사가 한 여성의 몸을 관통해 흘러나옵니다.

강순희 여사는 1975년 세칭 '인혁당 사건'으로 남편 우홍선을 잃었습니다. 대법원 확정 판결 단 하루 만에 집행된 사형. 훗날 무죄가 밝혀진 이 사건은 한국 사법 역사의 가장 어두운 페이지 중 하나로 기록됩니다. 그 참척(慘慽)의 고통을 딛고 네 자녀를 홀로 키우며 반세기를 살아낸 강순희 여사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한마디로 요약합니다.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이 짧은 문장 안에 얼마나 큰 세계가 담겨 있는지를, 이 책은 280페이지에 걸쳐 천천히 풀어냅니다.

유시민 작가는 16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후 자서전 『운명이다』를 쓴 바 있습니다. 그것이 첫 번째 자서전 작업이었다면, 이번 강순희 여사의 구술 기록은 그가 쓴 두 번째 자서전입니다. 오늘 이 서평 블로그에서는 이 특별한 책의 모든 것을 꼼꼼히 들여다보겠습니다.

1. 책 소개

제목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저자
강순희 구술 / 유시민·김세라 저 / 4.9통일평화재단 엮음
출판사
은빛
출간일
2026년 3월 25일
장르
한국 에세이 / 자전적 에세이 / 구술 자서전
페이지수
280쪽

2. 줄거리

이 책의 주인공 강순희는 1933년 평안도 박천에서 태어났습니다. 박천은 소월의 시 「진달래꽃」으로 유명한 영변 인근의 고장입니다. 아버지를 따라 북만주 하얼빈으로 이주한 어린 강순희는 송화강이 흐르는 광활한 대지 위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만주의 드넓은 자연과 다양한 민족이 뒤섞인 이국적 환경은 훗날 그가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유연한 생명력을 갖추게 되는 토양이 되었습니다.

해방 후 가족은 평양으로 돌아왔고, 강순희는 평양제1고녀에 입학해 청소년기를 보냅니다. 북한 체제 초기의 집단주의 문화 속에서 그는 자아비판을 잘해 선전부장을 맡을 만큼 영리하고 씩씩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모든 것이 뒤바뀝니다. 가족과 함께 대동강을 건너 남쪽으로 피난길에 오른 강순희는 생사의 경계를 오가는 혹독한 여정을 견뎌냅니다. 실오라기같이 가느다란 생명줄을 붙잡고 살아남는 피난민의 생존법을 몸으로 익히면서, 그의 내면에는 삶에 대한 강인한 의지가 단단히 뿌리내렸습니다.

부산에 정착한 강순희는 한국은행에 입사합니다.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던 그 일터에서 그는 운명처럼 한 사람을 만납니다. 바로 혁신 운동에 뜻을 두었던 우홍선입니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결혼했고, 3녀 1남의 자녀를 두며 '남남북녀 가족'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따뜻한 가정을 꾸립니다. 법보다 정으로 살자던 그들의 일상은 소박하지만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1974년, 박정희 정권은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이른바 '인민혁명당 사건(인혁당 사건)'을 조작합니다. 우홍선은 증거도, 정당한 재판도 없이 관련자로 구속되었고, 1975년 4월 8일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진 바로 다음 날 새벽 사형이 집행됩니다. 국제 인권 단체들이 즉각 항의했고, 훗날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그날 새벽 남편을 잃은 강순희에게 그 판결이 돌아오기까지는 너무나 긴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남편이 구속된 직후부터 강순희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옥바라지를 다닐 때도 선글라스에 양장 차림으로 당당하게 나섰습니다.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했고, 시대를 앞서 살았던 그의 본성이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오글 목사가 사건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헌신했고, 프라이스 신부를 비롯한 종교인들과 이웃들이 그와 네 자녀의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강순희는 그 연대의 기억을 이 책에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형 후에도 고난은 계속되었습니다. 당국의 이간질 공작이 끊이지 않았고, '남민전의 깃발' 등 연이은 공안 사건은 강순희 가족을 지속적인 감시와 위협 속에 놓이게 했습니다. 그러나 강순희는 믿음으로 싸웠습니다. 그는 박정희 정권을 향해 "살인마, 천벌을 받아라"라고 외치면서도, 결코 자신의 삶을 분노만으로 채우지 않았습니다.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울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던 기억, 그리고 남편 곁에 묻히고 싶다는 소망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장면은 독자의 가슴을 깊이 울립니다.

수십 년이 흐른 뒤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강순희는 "무죄 받았는데 왜 우냐고?"라는 물음을 스스로 던집니다. 명예를 되찾았다고 해서 잃어버린 남편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강순희는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주어진 운명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며 살았다는 걸로 나는 만족해요." 원망도, 자기 연민도 없는 이 말은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책의 말미에는 아들 우구와 손녀 우솔아, 이웃 이정숙, 사료실장 이창훈, 작가 김세라와 유시민의 에필로그가 이어집니다.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강순희의 초상은 입체적이고도 따뜻합니다. 유시민은 그를 '철학자 강순희'라 부르고, 김세라는 '33년생 앞서가는 여성'이라 칭합니다. 그리고 아들 우구는 회상합니다. "어머님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화려한 색깔의 원피스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모습이다. 이 세상에서 우리 엄마가 제일 이쁘다고 느꼈다." 이 한 문장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사랑의 온도를 고스란히 전합니다. 사랑이 있었기에 살아낼 수 있었고, 살아냈기에 이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3. 장점

  • 생생한 구술의 힘: 정제된 문어체가 아니라 93세 강순희 여사의 입말이 살아 숨 쉬는 구술 자서전입니다. "살아집디다"라는 경상도·평안도 방언이 섞인 표현 하나만으로도, 독자는 그의 삶이 얼마나 육박해 오는 현실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 역사와 개인의 탁월한 교직(交織): 만주·평양·한국전쟁·인혁당 사건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장면들이 한 여성의 일상과 감정 위에 겹쳐집니다. 교과서적 서술이 아니라 피부로 느끼는 역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유시민의 균형 잡힌 기록 태도: 유시민 작가는 자신의 주관을 최소화하면서 강순희의 목소리가 최대한 전달되도록 섭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만 작가의 감상을 정직하게 밝혀, 신뢰감을 높입니다.
  • 연대와 공동체의 기억: 오글 목사, 프라이스 신부, 이웃 이정숙 등 강순희를 도운 사람들의 이름과 행동이 구체적으로 기록됩니다. 어두운 시대에도 인간의 선함이 존재했음을 증언하는 소중한 기록입니다.
  • 페미니즘적 시선의 자연스러운 내재: "시대를 앞서 산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과장이 아님을 강순희의 행동 하나하나가 증명합니다. 이념 이전에 삶의 주체로서 자신을 세웠던 그의 이야기는 오늘날 독자에게도 깊은 공명을 줍니다.

4. 감상평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극복하며 사는 게 인생입니다. 오늘 밤에 죽어도 괜찮아요. 나한테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내 힘껏 노력하고 살았으니까."
— 강순희

  • 책을 펼치는 순간, "살아집디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박혔습니다. '살아간다'가 아니라 '살아진다'—삶이란 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힘이 떠밀어 주어야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오랜 지혜가 단 한 어미 변화에 담겨 있었습니다.
  • 인혁당 사건을 다룬 책이나 기사를 이전에도 접한 적이 있었지만, 피해자의 '아내'이자 '어머니'이자 '한 인간'으로서 강순희의 일상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습니다. 역사적 사건이 한 가정의 밥상 위로 내려와 앉는 순간, 그 무게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실감했습니다.
  • 유시민이라는 필터를 통해 나온 글임에도 강순희의 목소리는 결코 희석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유시민의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이 강순희의 말을 더 빛나게 만드는 그릇 역할을 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 원망이 없다는 것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억울하게 남편을 잃고, 감시당하고, 가난과 싸우면서도 강순희 여사는 자신의 삶을 '불행했다'고 규정하지 않습니다. 그 태도 자체가 하나의 철학이고, 읽는 내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 됩니다.

5. 추천 독자

  • 한국 현대사, 특히 유신 시대와 인혁당 사건에 관심 있는 독자
  • 구술 자서전·생애사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
  • 유시민 작가의 이전 저작(『운명이다』, 『나의 한국현대사』 등)을 읽어본 독자
  • 억압적인 시대를 살면서도 인간적 존엄을 잃지 않은 여성의 이야기에 감동받고 싶은 독자
  • 삶의 의미와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싶은 모든 세대의 독자

6. 작가 정보

유시민 (기록·저자)

작가.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방송진행자, 정치인, 고위 관료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으나 본업은 작가입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청춘의 독서』, 『어떻게 살 것인가』, 『나의 한국현대사』, 『유럽 도시 기행』 등 여러 저작을 출간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후 자서전 『운명이다』에 이어 이번 강순희 구술 기록이 그가 쓴 두 번째 자서전 작업입니다. 스스로 "강순희 님의 인터뷰를 하고 나서, '아흔세 살의 남자 강순희'를 꿈꾼다"고 밝혔습니다.

김세라 (자료조사·인터뷰·공저)

교양 만화 글 작가로 시작해 『백범일지』, 『프랑스 대혁명』 등 어린이·청소년 도서를 꾸준히 저술했습니다. '생애사 쓰기' 강사 겸 작가로 활동하며 출판 기획·편집자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사람들』, 『4·16 단원고 약전』 등 공동 작업에도 참여한 바 있습니다.

4.9통일평화재단 (엮음)

인혁당 사건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과 역사적 진실 규명을 위해 활동하는 재단입니다. 2011년 강순희 여사의 첫 구술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이번 책 작업에도 이창훈 사료실장을 중심으로 깊이 관여했습니다.

7. 목차

▸ 인사말 — 진실 찾기의 긴 여정 (문정현, 4.9통일평화재단 이사장)

▸ 프롤로그 — 우리의 만남은 운명이었나 (유시민)

▸ 1장 하얼빈의 어린이, 평양의 여고생

인생 첫 기억 / 아버지와 송화강 / 박천 태봉소학교 / 평양의 집단주의 문화 / 자아비판 잘해서 선전부장이 되다 / 평양제1고녀 입학

▸ 2장 한국전쟁을 견뎌낸 피난민

대동강을 건너다 / 실오라기 같지만 질긴 생명줄 / 피난민 강순희의 생존법 / 내키지 않았던 한국은행 입사 / 우홍선을 만나다

▸ 3장 행복한 '남북통일 가족'

새로운 인생 / 남남북녀 가족의 일상 / 법 말고 정으로 살자

▸ 4장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인혁당 사건 / 선글라스를 쓴 이유 / 인혁당 재건위 사건 / 오글 목사의 헌신 / 사형선고 / 미국으로 보낸 쌍가락지 / 증거도 재판도 다 조작이었다 / 4월 9일의 참극

▸ 5장 믿음으로 싸웠다

우리를 보듬어 준 사람들 / 이간질 공작 / 믿음으로 싸웠다 / 남다른 인연, 프라이스 신부 / 남편 곁으로

▸ 6장 마치지 못한 노래

그 사람 건드리지 마시우 / 남민전의 깃발 / 명예회복? 이 명예가 어때서! / 무죄 받았는데 왜 우냐고?

▸ 7장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잘들 놀아라, 나는 간다 / 울면서 불렀던 '임을 위한 행진곡' / 내가 자부하는 것들 / 나 하나의 사랑

▸ 에필로그 — 아들·손녀·이웃·사료실장·작가 김세라·작가 유시민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는 한 편의 증언이자 한 편의 시입니다. 강순희 여사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그는 결코 그 고난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고난을 통과해 마침내 닿은 자리는 사랑이었습니다. 자신이 받은 사랑, 자신이 준 사랑, 그리고 아직도 세상과 나누고 싶은 사랑.

유시민 작가는 이 책을 쓰고 나서 "아흔세 살의 남자 강순희를 꿈꾼다"고 했습니다. 나이와 성별을 초월한 삶의 태도에 대한 최고의 헌사일 것입니다. 법원이 무죄를 선언했지만 강순희 여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판결문이 아니었습니다. 네 자녀를 키워낸 것, 남편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린 것, 그리고 오늘도 이 책을 통해 누군가의 손을 잡아 주는 것—그것이 그의 명예였습니다.

역사의 가장 어두운 골짜기에서 피워낸 사랑 이야기. 2026년 봄, 이 책이 여러분의 손에 닿기를 진심으로 권합니다. 읽고 나면 오늘 하루도 "살아진다"는 말의 무게가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