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멜론은어쩌다 ㅣ 아밀 ㅣ 비채 ㅣ 250911 ㅣ 한국소설
2025년 한국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소설집이 등장했습니다. SF어워드를 두 번이나 수상하며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아밀 작가의 신작 《멜론은 어쩌다》입니다. 이 책은 레즈비언 뱀파이어, 섹스 로봇, 유전자 편집 아이돌 등 파격적인 소재들을 통해 현실의 차별과 혐오를 거울처럼 비춰냅니다. 겉으로는 경쾌하고 유쾌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담겨 있죠.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거라는 약속, 그 약속을 지키는 여덟 편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본론
1. 책 소개
① 제목: 멜론은 어쩌다
② 저자: 아밀
③ 출판사: 비채
④ 출간일: 2025년 09월 11일
⑤ 장르: 한국소설, SF, 판타지, 퀴어문학
⑥ 페이지수: 380 쪽
2. 줄거리
《멜론은 어쩌다》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입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도 차별과 소외, 정체성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는 이성애자 인간 기영과 레즈비언 뱀파이어 미나의 복잡한 우정을 그립니다. 기영에게 미나는 인생에서 유일한 레즈비언 친구이자 뱀파이어 친구였습니다. 흥미롭게도 기영은 미나가 뱀파이어라는 사실보다 레즈비언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는 게 더 어려웠죠. 미나는 한국 사회에서 퀴어이자 뱀파이어라는 이중의 소수자로 살아가며, 자신만의 가족을 찾아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 어느 날 미나는 기영에게 날카롭게 말합니다. "너는 이상한 데서 둔감해. 그리고 지독하게 이기적이지." 이 작품은 퀴어와 뱀파이어라는 설정을 통해 현시대의 혐오와 차별을 정면으로 포착합니다.
〈어느 부치의 섹스 로봇 사용기는 첫사랑에게 큰 상처를 받은 부치 영민의 이야기입니다. 본인도 여자면서 여자의 마음이 너무 어려운 영민은 연애를 연습해보자는 심정으로 고기능 섹스 로봇 리아를 렌털합니다. 영민의 첫사랑은 섹스하자고 하면 멋대가리 없다고 핀잔하고, 스킨십부터 하면 지금 그럴 기분 아니라고 짜증 내고, 가만히 있으면 여자로 안 보이냐고 화를 내던 사람이었죠. 영민은 리아와의 만남을 통해 "이제부터 너의 망령에서 벗어날 것이다"라고 굳게 마음먹습니다. 그런데 섹스하기 싫다고 하는 섹스 로봇이라니, 이게 정말 어디에 팔릴까요? 리아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인간보다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는 존재였습니다. 노력에 보상이라도 받은 듯 얼마 지나지 않아 영민은 새로운 여자와 연애를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아이돌 하려고 태어난 애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아이돌을 만들기 위해 유전자 편집을 활용하는 시대, 그렇게 태어난 '모태 아이돌' 모아는 대중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유전자 편집 반대론자들에게는 경멸과 타도의 대상이 됩니다. 해연은 모아의 팬으로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여자애 하나를 싫어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하며 숭고한 대의명분까지 있다고 믿는 사람들. 모아를 죽여야만 생명윤리가 바로 서고 인권과 인간의 자유의지가 보전된다고 믿는 사람들. 그런 식의 증오를 받는 건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이 작품은 혐오가 어떻게 정당화되고 대의명분을 얻는지를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노 어덜트 헤븐은 성경 말씀이 과장이 아니었던 세계를 그립니다. 오직 어린아이만이 천국에 들어갈 수 있었죠. 이를테면 멜론같이 여리고 어리고 맑은 아이만이 말입니다. 멜론은 자신이 좋았습니다. 천국에서는 그 누구도 멜론에게 멜론이 아닌 이름을 붙이지 않았고, 여자라느니 남자라느니 나누지 않았고, 부모님의 경제적 상황이나 집의 크기를 따지지 않았으며, 어른이 되면 거짓임을 알게 되는 가짜 지식을 가르치지도 않았고, 이해할 수 없는 규칙을 따르라고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작품은 순수함과 자유로움이 보존되는 공간에 대한 환상적인 이야기입니다.
성별을 뛰어넘은 사랑은 우리가 사는 세계와 정반대인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동성 간의 사랑이 평범하고 당연한 세상에서 은아는 여자친구와 짧은 연애를 마친 직후, 기행을 벌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홧김에 혼성클럽에 발을 딛습니다. 그곳에서 이성과 비밀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데요. 은아는 어리광 부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약하고 감정적이고 불완전하고 우둔한" 여자애처럼 굴고 싶지 않았죠. 은아는 자신의 감정이 모순적이라는 것을 잘 알았습니다. 이 작품은 현실의 위계를 거꾸로 뒤집어 우리 사회의 이성애 중심주의와 성역할 고정관념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은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동양인 여성 나윤의 이야기입니다. 나윤은 손가락이 짧다는 신체적 한계에 부딪혀 좌절합니다.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신체적 조건과 성별, 인종에 따른 편견으로 인해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죠. 그러던 중 '차원의 마녀'라는 점쟁이의 영업소에 들어가 기묘한 거래를 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예술계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을 SF적 설정으로 풀어냅니다.
인형 눈알 붙이기는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 하는 마녀의 이야기입니다. "저주에 손을 담갔다가 조금이라도 내 명을 줄이고 싶지 않다. 경찰에 적발돼서 폭탄 벌금을 물고 싶지도 않다. 나는 펀드도 주식도 무서워서 안 하고 적금만 넣는 사람이다. 가늘고 길게 살고 싶다." 흑마법 사용을 꺼리며 인형 눈알 붙이는 일로 근근이 먹고사는 마녀에게 어느 날 거부할 수 없는 솔깃한 의뢰가 들어옵니다. 별다른 야심 없이 평범하게 살고 싶은 마녀가 위험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야간 산책〉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작품입니다. 짙은 꽃 냄새에 은은히 섞여 나던 피비린내,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아득한 기억 너머로 한밤의 공원에서 이뤄진 신비로운 만남이 떠오릅니다. 이 작품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독자들에게 여운을 남깁니다.
3. 장점
① 파격적이면서도 설득력 있는 설정 레즈비언 뱀파이어, 섹스 로봇, 유전자 편집 아이돌 등 기발한 설정들이 단순히 기발함에 그치지 않고 현실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아밀 작가는 환상적인 요소를 통해 오히려 현실을 더욱 선명하게 비춰냅니다.
② 경쾌한 문체와 유머 감각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천연덕스러운 유머와 경쾌한 리듬으로 서사를 이끌어갑니다. 독자들은 웃으면서도 동시에 깊이 생각하게 되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③다양한 소수자의 목소리 퀴어, 여성, 동양인, 신체적 약자 등 다양한 소수자의 관점에서 쓰인 이야기들이 사회의 차별과 억압을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특히 교차성에 대한 이해가 돋보입니다.
④ 현실 비판의 날카로움 겉으로는 유쾌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혐오, 차별, 소외에 대한 예리한 비판이 담겨 있습니다. 현실의 위계를 뒤집거나 비틀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낯설게 만듭니다.
⑤ 독창적인 세계관 구축 각 단편마다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구축하면서도 일관된 작가의 목소리를 유지합니다. 독자들은 매 작품마다 새로운 세계로 초대받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4. 감상평
① 신선한 충격과 깊은 여운 《멜론은 어쩌다》를 읽는 경험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파격적인 설정에 웃다가도, 문득 현실의 문제들이 떠올라 숙연해지곤 합니다. 특히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에서 "너는 이상한 데서 둔감해"라는 대사는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② 공감과 연대의 힘 각각의 인물들은 비범한 설정 속에 등장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차별, 소외감은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섹스 로봇과 연애 연습을 하는 부치의 이야기에서 첫사랑의 상처와 새로운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생생하게 전해졌습니다.
③ 유머 속에 감춰진 통찰 작가의 능청스러운 유머는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을 넘어 독자들이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도록 만듭니다. 〈인형 눈알 붙이기〉의 마녀가 "펀드도 주식도 무서워서 안 하고 적금만 넣는 사람"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웃으면서도 생존에 대한 불안을 공유하게 됩니다.
④ 다양성에 대한 존중 이 책에서는 레즈비언이자 뱀파이어인 친구를 사랑하는 일이 이상하지 않고, 인간보다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는 로봇이 익숙하며, 이성애자가 성소수자로 차별당하는 일이 예사로 일어납니다. 이런 세계를 경험하며 우리는 다양성이 당연한 세상을 상상하게 됩니다.
⑤ 희망의 메시지 차별과 혐오를 다루면서도 이 책은 결코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각각의 인물들은 눈앞의 벽을 제각기 방식으로 뛰어넘으며,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5. 추천독자
① SF와 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 독창적인 세계관과 파격적인 설정을 즐기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② 퀴어 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 다양한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다루는 이야기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 퀴어 문학 팬들에게 특히 추천합니다.
③ 사회 비판적 시각을 가진 독자 차별, 혐오, 소외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이 책의 예리한 통찰을 높이 평가할 것입니다.
④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싶은 독자 SF어워드 수상 작가로서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아밀의 매력을 발견하고 싶은 독자에게 안성맞춤입니다.
⑤ 유머러스한 문체를 좋아하는 독자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경쾌하고 능청스러운 문체로 읽는 재미를 선사하는 책을 찾는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6. 작가정보
아밀

소설가이자 번역가, 에세이스트. ‘아밀’이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발표하고, ‘김지현’이라는 본명으로 영미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창작과 번역 사이, 현실과 환상 사이,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문학적인 담화를 만들고 확장하는 작가이고자 한다. 단편소설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로 대산청소년문학상 동상을 수상했으며, 단편소설 〈로드킬〉로 2018 SF어워드 중·단편소설 부문 우수상을, 중편소설 〈라비〉로 2020 SF어워드 중·단편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2021년 첫 소설집 《로드킬》을 발표했다. 억압에 맞서 힘찬 걸음을 내딛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가득한 이 작품은 “기민한 문장 아래에 약동하는 분노가 깃들어 있다”라는 찬사를 받으며 2025년 영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그 밖에 장편소설 《너라는 이름의 숲》, 산문집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 《사랑, 편지》 등을 썼으며, 《그날 저녁의 불편함》 《끝내주는 괴물들》 《흉가》 《복수해 기억해》 《캐서린 앤 포터》 《조반니의 방》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7. 목차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 … 7
어느 부치의 섹스 로봇 사용기 … 43
아이돌 하려고 태어난 애 … 79
노 어덜트 헤븐 … 109
성별을 뛰어넘은 사랑 … 149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 177
인형 눈알 붙이기 … 211
야간 산책 … 249
결론
《멜론은 어쩌다》는 단순히 재미있는 SF 소설집이 아닙니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차별과 혐오, 소외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아밀 작가는 파격적인 설정과 경쾌한 문체로 독자들을 사로잡으면서도, 그 안에 예리한 사회 비판과 깊은 통찰을 담아냅니다.
레즈비언 뱀파이어, 섹스 로봇, 유전자 편집 아이돌 등 비범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현실을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이 약속하는 "전혀 다른 세상"은 단순한 도피처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더 나은 미래의 모습입니다.
박서련 작가가 평한 것처럼, 이 책은 "갓 씻어낸 제철 과일처럼 신선한 상상력과 곧 그 껍질을 저며낼 칼처럼 예리한 시선이 공존하는" 작품입니다. 《멜론은 어쩌다》는 2025년 한국 문학이 선사하는 가장 특별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엉성해도 있는 힘껏 달리는 명랑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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