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찬호께이 《고독한 용의자》ㅣ 홍콩 미스테리소설 ㅣ 위즈덤하우스 ㅣ 250415
세상이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일수록 우리는 책 속에서 느린 호흡의 사유와 깊은 몰입을 찾습니다. 특히 한밤의 고요를 깨우는 미스터리 소설은 현실의 그늘을 비추며 자신만의 시간대를 만들어 주는데요. 오늘 소개할 《고독한 용의자》는 그 어둠 속에서도 눈을 뗄 수 없는 강렬한 흡인력으로, 독자 여러분을 홍콩의 음지로 초대합니다. 이 글에서는 작품의 기본 정보부터 줄거리, 개인적인 감상과 추천 포인트까지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끝까지 함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론
1. 책 소개
ㅇ 제목: 고독한 용의자
ㅇ 저자: 찬호께이 / 번역 허유영
ㅇ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ㅇ 출간일: 2025년 4월 15일
ㅇ 장르: 미스터리·정통 범죄추리
ㅇ 페이지수: 528쪽
2. 줄거리
홍콩 시우케이완의 오래된 단칭맨션 13층 401호, 세간의 시선에서 완전히 사라진 채 은둔 생활을 이어오던 서른아홉 살 셰바이천 씨가 숯을 피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채 발견됩니다. 관리인은 코를 찌르는 탄 냄새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잠겨 있던 방문을 강제 개방하였지요. 방 안에는 전기조차 끊긴 낡은 PC, 쌀 몇 되와 통조림만이 놓여 있어 ‘생활고에 시달린 자살’이라 단정되려 했으나, 옷장을 연 순간 수사는 돌이킬 수 없는 강으로 흘러갑니다. 옷걸이 대신 빼곡히 놓인 스물다섯 개의 유리병, 그 안에 포름알데히드 용액으로 보존된 토막 시신 조각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공포에 질린 형사 쉬유이 경위는 즉시 국과수 감식팀을 부르고, 시신 파편이 모두 다른 사람의 신체라는 1차 소견을 받게 됩니다..
당국은 바이천 씨를 ‘자살한 연쇄살인범’으로 규정하려 하지만, 유일한 유족인 어머니 천여사가 “아들은 중학교 왕따 이후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고 오열하며 증언합니다. CCTV 기록도, 배달원 방문 기록도, 우편물 수령 기록도 전무하여 ‘움직일 수 없는 방’이라는 역설이 형성되지요. 팀장 량수치는 방에 남은 메모리 카드에서 미완성 원고 〈망자의 고백〉을 발견하고, 그 안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추리소설가 칸즈위안을 참고인으로 소환합니다. 칸즈위안은 원고 속 화자가 자신을 ‘관찰자 A’로 기록하며 “너는 내 전시를 끝까지 보라”라고 도전장을 던졌음을 확인하고, 사건 해결에 협조하겠다고 나섭니다.
수사팀은 시신 파편의 연령·성별·DNA 정보를 분석해 지난 25년간 홍콩과 인접 해안 도시에서 실종된 여성 스물다섯 명과 일치함을 밝혀냅니다. 공통점은 모두 팬데믹 이후 심각한 고독과 무직 상태를 SNS에 토로한 이들이었다는 것. 쉬유이는 ‘고독 커뮤니티’ 서버를 추적하다 닉네임 ‘Dr.Lonely’가 피해자들에게 “현실을 떠날 용기가 필요하냐”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확인합니다. 한편 칸즈위안은 바이천의 낡은 컴퓨터 하드에서 삭제된 채팅 로그를 복구하고, 방 모서리 장판 밑으로 내려가는 30 cm 크기의 금속 레일 자국을 찾아냅니다. 이는 과거 식품 운반용 소형 덤웨이터 흔적이었으며, 바로 아래층 301호는 폐가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301호를 급습한 경찰은 잠긴 방 안에서 여전히 작동하는 냉동고와 의학용 시약통, 그리고 CCTV 사각을 피한 비밀 리프트 통로를 확보합니다. 모든 증거는 의대 중퇴생이자 20년 전 ‘장기 밀매 실종 사건’ 용의자였던 리신아이에게 수렴합니다. 그는 시약 도매상을 가장하여 희귀 마취제 XMB-17을 구해 피해자를 기절시킨 뒤, 밤마다 덤웨이터를 이용해 시신을 위층 바이천의 옷장으로 옮겨 보존했습니다. 리신아이의 왜곡된 예술 충동, ‘고독 전시회’를 위해서였지요.
그러나 가장 섬뜩한 사실은 바이천이 살인에 직접 가담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리신아이는 어린 시절 왕따였던 바이천에게 “너의 고독을 작품화하겠다”며 협박과 조종을 반복했고, 바이천은 끝내 벗어나지 못한 채 자살로 마지막 항의를 남긴 것입니다. 유서 속 문장 “나는 단 한 번도 칼을 들지 않았다”는 고백과 절규였던 셈입니다.
최종 대치에서 리신아이는 “도시가 만든 고독은 예술이 된다”며 웃어넘기지만, 쉬유이는 “예술은 타인의 목숨을 담보로 서지 않는다”라고 단호히 응대합니다. 사건이 종결된 뒤에도 홍콩의 네온은 화려하게 빛나지만, 쉬유이와 칸즈위안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살아 있는 자의 고독’을 환기합니다. 그리하여 독자 여러분께서는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범인이 남긴 한 줄—“고독은 전염된다”—를 오래도록 곱씹게 되실 것입니다. 석 달 뒤 칸즈위안은 피해자 추모 다큐 〈스물다섯 개의 방〉을 공개합니다. 그는 “이 비극은 살의보다 방치된 고독이 만든 참사”라며, 시민들에게 주변의 조용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 호소합니다. 그 영상은 버스정류장 스크린으로 송출돼 미해결 실종 사건 재조사 움직임을 불러일으킵니다. 쉬유이는 보고서 첫 줄에 ‘고독은 범죄의 그림자’라고 남깁니다 끝
3. 장점
- 현실 밀착: 팬데믹 이후 고립과 무관심이라는 전 지구적 문제를 홍콩이라는 공간과 결합해 인간 내면을 해부합니다.
- 메타 서사: ‘망자의 고백’과 소설 속 소설이 교차 편집돼 독자가 이중 퍼즐을 푸는 경험을 합니다.
- 반전 설계: 결말 직전 연속 반전이 서늘한 충격을 줍니다.
- 완성도 높은 번역: 허유영 번역가의 매끄러운 문장으로 원작의 리듬을 살렸습니다.
- 한국어판 서문이 작품 이해를 돕습니다.
- 표지가 인상적이라 선물용으로도 좋습니다.
4. 감상평
《고독한 용의자》는 ‘연쇄살인’이라는 자극적 소재를 통해, 사실은 현대인이 겪는 ‘고독’ 자체를 추적하는 미스터리입니다. 소설은 사건의 퍼즐을 맞추는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피해자·가해자·수사자 모두에게 드리운 외로움의 그림자를 집요하게 비춥니다.
장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반전 구조가 촘촘해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기 어렵습니다. 둘째, 홍콩이라는 도시 공간을 세밀하게 묘사해 현실감이 돋보입니다. 덕분에 독자는 단순한 범죄 소설을 넘어 사회적 고립과 방치가 불러올 비극을 자연스럽게 성찰하게 됩니다.
아쉬운 점은 초반 배경 설명이 다소 길어 몰입이 늦게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잔혹한 설정이 호불호를 갈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를 감수한다면, 작가 특유의 탄탄한 구성과 인간 심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총평하자면, 《고독한 용의자》는 반전을 즐기는 추리 팬뿐 아니라 ‘외로움’이라는 주제를 깊이 생각해 보고 싶은 독자에게도 충분히 권할 만한 수작입니다.
5. 추천독자
- 사회 문제와 장르적 재미를 동시에 찾는 분
- 복잡한 퍼즐 서사를 즐기는 분
- 찬호께이의 전작 팬
- ‘고독’ 키워드를 새 각도로 성찰하고 싶은 분
- 도서 클럽에서 토론할 깊이 있는 작품을 찾는 모임
6. 작가정보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홍콩 중문대학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잭과 콩나무 살인 사건〉으로 제6회 타이완추리작가협회 공모전 결선에 올랐고, 이듬해 〈푸른 수염의 밀실〉로 1위를 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1년 《기억나지 않음, 형사》로 제2회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을 받았다. 2015년 《13·67》로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대상을 수상하며 중화권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로 부상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망내인》 《마술 피리》 《디오게네스 변주곡》 《염소가 웃는 순간》 《풍선인간》 《스텝》(공저) 《쾌》(공저) 등이 있다.
번역 / 허유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와 같은 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적의 벚꽃》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홍콩》 《삼체》(2, 3부) 《도둑맞은 자전거》 《길상문연화루》 《나는 범죄조직의 시나리오 작가다》 《마천대루》 등이 있다.
7. 목차
- 한국어판 서문
프롤로그
1장
망자의 고백 · 1
2장
소설 《(제목 미정)》 발췌 · 1
3장
망자의 고백 · 2
4장
소설 《(제목 미정)》 발췌 · 2
5장
망자의 고백 · 3
6장
소설 《(제목 미정)》 발췌 · 3
7장
망자의 고백 · 4
8장
소설 《(제목 미정)》 발췌 · 4
9장
망자의 고백 · 5
에필로그
결론
《고독한 용의자》는 토막 시신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넘어 현대인이 묵인한 ‘고립’의 그림자를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읽는 동안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다 읽고 나서는 스스로의 고독을 성찰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마지막 50쪽에서 터지는 다층 반전은 올해 미스터리 팬들이 가장 많이 회자할 엔딩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오늘 밤, 방 안의 적막과 눈을 맞출 용기가 있으시다면 이 책을 집어 드셔 보세요. 고독은 때로 비명보다 큰 울림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 울림이 잦아들 때쯤, 여러분의 책장에는 새로운 인생 미스터리 한 권이 자리 잡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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