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소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ㅣ 사탄탱고 ㅣ 알마 인코니니타 ㅣ 유럽소설 ㅣ 180509

경제 도아 2025. 10. 1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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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ㅣ 사탄탱고 ㅣ 알마 인코니니타 ㅣ 유럽소설 ㅣ 180509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그의 대표작 '사탄탱고'는 출간된 지 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 하나의 예술적 경험이자,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여정입니다.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이 그려낸 이 묵시록적 세계는 공산주의 붕괴기 헝가리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메시지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합니다.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 구원을 갈망하지만 끊임없이 배신당하는 존재, 그리고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 이 모든 것이 작가 특유의 독창적인 문체와 구조 속에 녹아있습니다.

오늘은 이 경이로운 작품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왜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본론

1. 책 소개

제목: 사탄탱고 (Satantango)

저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László Krasznahorkai)

출판사: 알마

출간일: 2018년 5월 9일 (원작 1985년)

장르: 헝가리 현대문학, 묵시록 문학, 실험소설

페이지수: 4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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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줄거리

1980년대 헝가리, 공산주의 체제가 서서히 무너져가던 시대. 해체된 집단농장의 한 마을에는 미래도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사람들이 남아있습니다. 그들은 가난과 불신의 늪에 빠져 서로를 감시하고 의심하며, 비열한 방법으로라도 이 절망적인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칩니다.

 

어느 시월의 아침, 끝없는 가을비의 첫 방울이 떨어지던 날, 후터키는 기묘한 종소리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교회도 종도 없는 이 황폐한 마을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는 불길하고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것은 무언가 중대한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는 징조처럼 느껴집니다.

 

마을 사람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입니다. 일부는 함께 일한 대가로 받은 공동의 돈을 몰래 갈취해 도망칠 음모를 꾸미고, 다른 이들은 그것을 눈치채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이미 몰락한 세계에 영혼까지 물든 그들은 서로를 불신하며 지저분한 거래와 배신을 일삼습니다.

 

바로 그때, 충격적인 소문이 마을에 퍼집니다. 1년 반 전에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이리미아시가 마을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이리미아시는 마을 사람들에게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신비한 능력을 지닌 그는 "마음만 먹으면 소똥으로 성도 지을 수 있는" 마법사 같은 존재로 기억됩니다.

 

죽은 자가 부활한다는 소식에 마을은 이상한 활기를 띠기 시작합니다. 절망에 빠져있던 사람들은 도피 계획을 포기하고 그의 귀환을 기다립니다. 그들은 이리미아시가 자신들을 구원해줄 메시아, 이 절망적인 삶에서 건져줄 구세주라고 믿습니다. 그를 위해서라면 가진 것을 모두 내놓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은 카프카의 부조리극을 연상시키는 초반부를 통해 이리미아시가 결코 구세주가 될 수 없는 인물임을 암시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오릅니다. 가난과 불안에 억눌려 있던 욕망이 비로소 표면으로 드러나고, 그들은 그 욕망에 취해 한바탕 탱고를 춥니다.

 

이리미아시가 마을에 도착하자, 그는 압도적인 연설로 사람들을 사로잡습니다. 그의 눈빛은 신뢰와 희망, 믿음과 열정, 그리고 결연함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보다 합당한 여러분의 미래"라는 그의 말에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동합니다. 그들이 몇 시간 동안 기다려온 것이 바로 이 해방의 메시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리미아시가 제시하는 새로운 삶은 진정한 구원이 아닙니다. 그는 사람들을 또 다른 덫으로 이끌 뿐입니다. 실패한 체제가 고안해낸 악랄한 도구로 사람들을 전락시키고, 세계는 더욱 타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리미아시 자신도 사실은 어떤 거대한 그물망 조직의 일부에 불과하며, 마을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까지도 감시하고 보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작품 곳곳에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거미줄은 마을 사람들이 결국 하나로 묶여있고, 한데 옭아매어져 있음을 보여줍니다. 거미들은 밤사이 술병과 유리잔, 테이블 다리와 의자 다리를 가느다란 실로 은밀히 연결합니다. 심지어 잠자는 사람들의 얼굴과 손에까지 거미줄을 치며, 미세한 움직임과 소리라도 즉각 감지될 수 있도록 합니다.

 

폐허 속에 간신히 존재하는 종처럼, 그들의 공동체는 근원부터 이미 존재의 의미를 잃었습니다. 다만 아무리 없애도 소리 없이 생겨나 모든 것을 뒤덮는 거미줄처럼,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 그들의 삶 위에 반투명한 유령으로 존재할 뿐입니다.

 

결국 사람들은 새로운 미래를 약속받고 떠나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도 또 다른 절망일 뿐입니다. 황홀한 자유의 공기를 맡을 수 있다고 믿었지만, 창살에 갇힌 죄수들처럼 날뛰며 새로운 현실을 부정합니다. 해방의 감각보다 더 뿌리 깊은 것은 그들의 수치심입니다.

한편, 의사는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그는 아무리 하찮은 세부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담배 부스러기나 야생 거위가 날아간 방향, 별 뜻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행동까지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그래야만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흔적 없이 사라져 끊임없이 무너져가는 질서의 포로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 결국 자신의 글쓰기가 현실을 만들어낸다는 열에 들뜬 환상에 빠집니다. 수년 동안 고통스럽고 끈질기게 이어온 작업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착각하며, 자신이 세계의 메커니즘에 간섭할 수 있다고 믿게 됩니다.

 

이렇게 모든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결국 모두가 하나의 원 안에 갇히고 맙니다. 탱고의 스텝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영원한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3. 장점

독창적인 구조적 실험 작품은 탱고의 기본 스텝인 '앞으로 여섯 걸음, 뒤로 여섯 걸음'의 형식을 완벽하게 구현합니다. 1부는 1장에서 6장으로 진행되고, 2부는 6장에서 1장으로 역순 진행되며 하나의 완벽한 원을 이룹니다. 이러한 순환 구조는 등장인물들이 갇힌 운명의 굴레를 형식적으로도 체현합니다.

다층적 시점의 교차 각 장마다 등장인물의 시점을 달리하여 같은 사건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사건의 전체상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게 되며, 진실이란 관점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상징과 은유의 탁월한 사용 종소리, 거미줄, 가을비 등의 상징적 요소들이 작품 전반에 걸쳐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보이지 않는 거미들이 치는 거미줄은 등장인물들을 옭아매는 보이지 않는 권력과 운명의 그물망을 완벽하게 형상화합니다.

묵시록적 분위기의 압도적 구현 작가는 황폐한 집단농장 마을의 풍경을 통해 세계의 종말과도 같은 절망적 분위기를 창조합니다. 끝없이 내리는 가을비, 메뚜기 떼가 휩쓸고 간 잔해, 폐허가 된 건물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정치적 알레고리를 넘어선 보편성 1980년대 헝가리의 공산주의 붕괴를 배경으로 하지만, 작품이 다루는 주제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합니다. 구원을 갈망하지만 끊임없이 배신당하는 인간,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방황하는 존재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4. 감상평

압도적인 문장의 힘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문장은 매우 길고 복잡하지만, 그 안에는 놀라운 리듬과 음악성이 살아 숨 쉽니다.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탱고 선율처럼, 그의 문장은 독자를 최면에 가까운 상태로 이끕니다. 이는 단순히 읽는 경험을 넘어 하나의 예술적 체험입니다.

절망 속에서 발견하는 인간의 본질 이 작품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이리미아시가 거짓된 구원자임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그를 믿고 싶어 하는 마을 사람들의 심리는 우리 모두의 내면을 비춥니다.

영화와의 상호텍스트성 벨라 타르 감독의 7시간 30분짜리 영화를 함께 감상한다면 작품 이해가 더욱 깊어집니다. 흑백 영상과 긴 롱테이크로 구현된 영화적 경험은 소설의 묵시록적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재현합니다.

느린 속도가 주는 명상적 경험 이 작품은 빠른 전개나 극적인 사건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도전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느린 속도 속에서 독자는 존재와 시간, 운명에 대해 깊이 사유할 수 있는 명상적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반복되는 패턴 속의 비극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은 등장인물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배우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하며, 결국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이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와 역사가 반복하는 비극의 패턴을 보여줍니다.

5. 추천독자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문학을 선호하는 독자 전통적인 서사 구조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형식 실험을 즐기고, 난해하지만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감상할 줄 아는 독자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동유럽 현대사와 체제 전환기에 관심 있는 독자 공산주의 붕괴기 헝가리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역사적 통찰을 원하는 독자에게 귀중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철학적이고 묵시록적인 주제를 좋아하는 독자 인간 존재의 본질, 운명과 자유의지, 희망과 절망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은 이 작품은 철학적 문학을 선호하는 독자에게 완벽한 선택입니다.

예술영화 애호가 벨라 타르 감독의 영화를 사랑하거나, 타르코프스키, 베르그만 같은 거장들의 작품을 즐기는 영화 애호가라면 이 소설의 원작을 반드시 읽어야 합니다.

현대문학의 거장들을 탐구하는 독자 카프카, 베케트, 베른하르트 같은 모더니즘 문학의 거장들을 좋아한다면, 크러스너호르커이는 그 계보를 잇는 21세기의 대표적 작가로서 반드시 만나야 할 작가입니다.

6. 작가정보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저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저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1954년 헝가리 줄러에서 태어났다. 1976년부터 1983년까지 부다페스트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1987년 독일에 유학했다. 이후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그리스, 중국, 몽골, 일본(교토), 미국(뉴욕)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체류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해왔다.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며 고골, 멜빌과 자주 비견되곤 한다. 수전 손택은 그를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으로 일컫기도 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종말론적 성향에 대해 “아마도 나는 지옥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가인 것 같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영화감독 벨라 타르 등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다.

주요 작품으로는 〈사탄탱고〉(1985), 〈저항의 멜랑콜리The Melancholy of Resistance〉(1989), 〈전쟁과 전쟁War and War〉(1999), 〈저 아래 서왕모Seiobo There Below〉(2008), 〈마지막 늑대The Last Wolf〉(2009), 〈세상은 계속된다The World Goes On〉(2013) 등이 있다.

그의 소설은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다양한 국내 및 국제 문학상을 수상했다. 헝가리의 Tibor D?ry 문학상(1992), 독일의 SWR-Bestenliste 문학상 (1993), 대문호 산도르 마라이의 이름을 따 제정한 헝가리의 S?ndor M?rai 문학상(1998), 헝가리 최고 권위 문학상인 Kossuth 문학상(2004), 스위스의 Spycher 문학상(2010), 독일의 Br?cke Berlin 문학상(2010) 등을 받았고, 2015년에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수상했다. 202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국내에 알려진 이름은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였으나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 규정과 헝가리어의 성-이름순 표기 방식에 따라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로 표기했다.

 

번역 조원규

역자 조원규
서강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198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해 시집 〈난간〉 〈밤의 바다를 건너〉 등을 냈다. 옮긴 책으로는 〈유럽의 신비주의〉 〈나펠루스 추기경〉 〈방랑하는 천사〉 등이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독일문화와 문예창작 등을 강의하고 있다.

 

7. 목차

I부

  1. 그들이 온다는 소식
  2. 우리는 부활한다
  3. 뭔가 안다는 것
  4. 거미의 작업 I
  5. 실타래가 풀리다
  6. 거미의 작업 II - 악마의 젖꼭지, 사탄탱고

II부

6. 이리미아시가 연설을 하다

5. 되돌아본 광경

4. 천국의 비전인가, 환각인가

3. 다른 방향에서 본 광경

2. 그저 일과 걱정 뿐

  1. 원이 닫히다

이 독특한 목차 구조는 탱고의 스텝을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1부에서 6장까지 나아갔다가, 2부에서 다시 6장부터 1장으로 돌아오며 하나의 원을 완성합니다. 각 장의 제목 또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특히 '거미의 작업'이라는 제목이 반복되는 것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거미줄 상징과 연결됩니다.

 

>>> 출처 교보문고

결론

'사탄탱고'는 단순히 읽는 소설이 아니라 경험하는 예술작품입니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곳,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그 지점을 탐구합니다.

공산주의 붕괴기 헝가리라는 구체적 배경을 다루지만,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보편적입니다. 우리는 왜 거짓된 구원자를 믿고 싶어 하는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역사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탱고의 스텝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구조는, 인간이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형식적으로도 완벽하게 구현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절망적인 순환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존엄을 발견합니다. 아무리 배신당해도, 아무리 실패해도, 여전히 희망하고 믿고 싶어 하는 그 마음 자체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쉽지 않습니다. 긴 문장, 느린 전개, 복잡한 구조는 독자에게 인내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그 인내 끝에 얻게 되는 예술적 경험과 철학적 통찰은 그 어떤 책에서도 얻을 수 없는 귀중한 것입니다.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문학 세계는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직 이 작품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이 바로 묵시록 문학의 최고봉을 경험할 완벽한 시기입니다. '사탄탱고'는 당신의 문학적 지평을 확장시키고,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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